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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좋아하는 문학 작품은 많고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사랑하는 건 다음의 세 작품이다. <제인 에어>, <작은 아씨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 공교롭게도 다 여성이 썼고, 여성이 주인공이다. 이 안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여성상 그리고 삶과 사랑은 다른 고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 내가 가장 궁금하고 읽고 싶던 내용이었다. 저 작품들을 n번씩 읽으면서 내 세계는 단단해졌을 뿐 아니라 나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꿈꾸게 되었다. 미래의 내 딸에게 강력 추천할 마스터피스들이다.



    제인 에어를 너무 좋아해서 청바지가 되었던 나


     횟수로 따지면 가장 많이 읽은건 <제인 에어>다. 제인 에어는 저 셋 중에서 가장 덜 유명한 작품인데 처음 접했을 때 나도 그랬다. 많고 많은 삼성출판사 세계명작 시리즈 중에서 엄마가 세 권 정도 책을 사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덜 알려진, 내가 아직도 안 읽어봤을 만한 책이 엄마의 선택 기준이었던 것 같다. 그 때 산 다른 책이 <비밀의 정원>, <사랑의 학교>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여간 그 세 권 중에 가장 재미있었는데 아마 세 권 중에서 그 책을 가장 먼저 읽지 않았을까 싶다. 왜냐면 나는 책 제목이 사람 이름일 때 훨씬 궁금하고 읽고 싶은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테스>도 그래서 읽었던 것 같다.


     자꾸 말이 새는데.. 아무튼 그 은색 배경의 삼성출판사버전 제인 에어를 수도 없이 읽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담임선생님이 자기의 영어 이름을 노트에 쓰라고 하자 나는 제인을 적고 싶었는데 영어로 어떻게 적는지 몰랐다. 그래서 손을 들어서 선생님한테 <제인>을 어떻게 쓰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선생님은 몹시 당황하며 어떻게 알려 주셔서 나는 그걸 적었는데 크고 나서 보니 jean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때 선생님 말에 따라 적으면서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는게 또 재미있다. 


     제인 에어를 너무 좋아해서 청바지가 되었던 내가 지금 와서 제인 에어의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었나, 생각해보면 주인공이 미인이 아니라는 점? 작중에서 로체스터는 대놓고 말한다. "당신은 미인은 아니군." 별 것도 아니지만 제인 에어에서 좋았던 건 그러한 '현실감'이다. 뭔가 명작 속 여자 주인공은 항상 미인이고 매력 있었는데, 제인 에어의 외모는 평범했고 같은 선상에서 그녀의 성장 과정, 성격, 인생 스토리도 다른 작품보다 훨씬 현실적이었으며 그 결과 캐릭터가 아주 입체적이었다. 자연스럽게 더 공감하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남성 작가의 여성 묘사가 아닌 여성 작가의 묘사, 그것도 자전적인 소설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그 이름도 예쁜 샬럿 브론테.



    우리 집과 꼭 같은 작은 아씨들


     <작은 아씨들>은 집에 있던 책은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읽었었는데, 뒤늦게 원서를 사기는 했지만 어릴 적부터 집에 있었다면 훨씬 더 많이 읽었을 거라 아쉽다. 일단 작은 아씨들은 딸부잣집이라는 점에서 나의 실제 배경과 겹친다. 하지만 나는 첫째인 메그보다는 둘째인 조와 더 비슷했기 때문에 조에게 더 공감하며 읽었다. 적극적인 성격도 그렇지만, 특히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쓴다는 점에서? (이 점에서 조는 주디 애벗과도 닮았다) 게다가... 막내인 에이미와 싸운다는 점에서? ㅋㅋㅋㅋ


     인물을 정리해 보자. 첫째 메그는 조신하고 조금은 허영심이 있는 미인인데, 음, <사운드 오브 뮤직>의 장녀를 생각하면 비슷한 이미지겠다. 이런 언니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내가 되고 싶은 캐릭터는 아니다. 둘째 조는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글쓰기를 좋아하고 가족들에게 자기가 쓴 글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점도 있고 여러모로 매력이 있어 내가 되고 싶은 캐릭터였다. 셋째 베스는 착하고 피아노를 좋아하고 집안일도 열심히 하는 효녀이다. 이런 면에서 베스는 우리집 둘째인 동생과 비슷하다. 막내 에이미는 철없다. 귀엽고 언니들을 좋아하고 하지만 어쨌든 어리다. 그런 면에서 내 막내 동생과 비슷하다. 한마디로, 메그만 제외하면 조-베스-에이미가 나-둘째동생-막내동생이랑 매칭된다. 역시 시공간을 넘어 자매들은 다 비슷한가... 이렇듯 나와 실제로 비슷한 점을 차치하고라도 작은 아씨들은 정말 재밌다. 그 특유의 중세 가정집 분위기, 모닥불 피우고 뜨개질 하고, 마차 타고 파티 가고, 소금에 절인 라임까지... 여기에 가족에 대한 사랑이 더해짐으로써 작품 자체가 따뜻하다. 


     문제는 내가 읽었던 버전이 어린이용이라는거다. 내가 읽었던 줄거리와 추후에 듣는 줄거리가 달라서 충격을 적잖이 받았다... 그래서 고2때 독서실에서 원서를 붙잡고 읽었는데, 그것도 편역인지 뭔지 아무튼 어린이용 내용과 같았다.ㅡㅡ 왜냐면.... [스포 방지]가... 안죽엌ㅋㅋㅋㅋㅋ 그래서 아직도 나는 작은 아씨들의 원본을 못 읽은 상태이다. 한 달 안에 읽어야겠다. 어쨌든, 읽을 때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작품이다.



    내가 사랑하는 주디 애벗 


     두둥! 드디어 대망의 <키다리 아저씨>. 셋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내가 키다리 아저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말하기도 입아프다. 키다리 아저씨는 주기적으로 읽어줘야될 뿐만 아니라 나에게 활력소가 된다. 편지 형식을 차용한 것부터 신박하고, 주인공의 유머 감각과 필력, 멋지게 해내는 대학 생활 이야기, 깜짝 놀랄만한 결말, 결말을 알고 다시 보면 귀엽고 재미있는 복선까지 이 작품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 어린 시절 주디 애벗을 만난 것은 참 다행인게, 적극적이고 솔직하고 독립심 강한 주디에게 내가 얼마나 많이 배웠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지금도 나는 주디처럼 내 미래를 펼치기 위해 노력한다. 어쩌면 가장 처음 만난 인생의 롤모델이다.


     키다리 아저씨는 아마 도서관에서 처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후 우리집에 엄마가 사온 책은 삼성출판사의 만화 버전 키다리 아저씨였다. 그림체도 굉장히 예쁘고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아주 잘 살렸기 때문에 이 만화책으로 키다리 아저씨를 접하는 것도 나는 추천한다. 하지만 역시 명작은 원문으로 한번 읽어 줘야 하기 때문에 나는 틈틈이 원문을 읽고 있는데, 편지글 형식이라 읽기 편함은 물론이고 문어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 쉬울 뿐 아니라 주디의 매력(사실상 진 웹스터의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르기 때문에 읽기 아주 재미있다. 자동 음성지원이다. 

     저는 대학교가 너무 좋고 매 1분 1초가 너무 신나서 잠도 거의 잘 수 없어요. 이런 곳이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지 뭐에요. 소녀가 아니어서 이 곳에 올 수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감일 지경이에요. 아저씨가 소년 시절에 다니셨던 대학교도 이만큼 좋을 수는 없을걸요? - 주디의 10월 1일 편지에서 발췌

     주디 때문에 기숙사형 대학 생활에 환상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주디의 대학 생활은 듣기만 해도 너무 재미있고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주디가 쓴 글이 학교 신문에 실리고, 직접 작곡한 노래가 무대에서 발표되고, 친구 샐리의 학생회장 캠페인에 참여하고, 사람이 레몬 젤리 안에서 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하고 뭐 이런 내용들이 말이다. 

    언젠가 주디 애벗에 관해서만 글을 한 번 써야겠다.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를 읽어야 하는 10가지 이유 뭐 이런 글도 써야겠다.



     이제 내게 남은 과제는 제인 에어와 키다리 아저씨 원문 읽기, 작은 아씨들 완역본 읽기, 그리고 키다리 아저씨의 후속작인 <친애하는 적> 읽기. 친애하는 적이라니 어쩜 이름마저 완벽하고 읽고싶게 잘 지었다. 그밖에 샬럿 브론테, 진 웹스터, 루이자 메이 올컷의 다른 작품도 모두 읽어볼 것이다. 아참! 그러고 보면 <키다리 아저씨>에서 주디가 이런 말을 한다. "웃지 마세요- 저는 지금 <작은 아씨들>을 읽고 있어요. 아마 대학교에서 이걸 안 읽은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에요..." 좋아하는 작품 속에서 또다른 좋아하는 작품의 이름이 나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세계관이 겹치는 것 같고.


     <제인 에어>, <작은 아씨들>, <키다리 아저씨>은 모두 중세~근대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에 적극적인 여성상이 나온다. 뭔가 갑자기 수능 문학 작품 분석하는 느낌인데... 중세 서양 배경과 적극적인 여성상의 콤비네이션이라니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다. 세 작품 다 10살 이전에 접한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특히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 애벗은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고 보면 내 영어 이름은 제인 에어의 '제인'뿐 아니라 '주디'였던 적도 잠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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