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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서)


    수요일

    키다리 아저씨께,




    제 이름을 바꿨어요.


    명단에는 아직 '저루샤'지만, 모든 다른 곳에서 저는 '주디'랍니다. 살면서 유일한 별명을 자기자신의 이름으로 쓴다는건 정말 슬픈 일이죠, 안 그런가요? 주디는 제가 만든 별명도 아니에요. 프레디 퍼킨스가 말을 잘 하기 전까지 저를 부르던 이름이랍니다.


    리펫 원장님이 아기 이름을 정할 때 좀더 독창성을 발휘하셨으면 해요. 성은 전화번호부에서 따오시고 -- 애벗(Abbott)은 1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답니다 -- 기독교 이름을 아무데서나 골라 오시거든요. 저루샤는 묘비에서 가져오셨어요. 저는 항상 싫어했고요. 하지만 주디는 괜찮아요. 웃긴 이름이잖아요. 제가 될수 없는 여자애한테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사랑스러운 작은 푸른 눈동자에, 가족들 모두한테 귀염받아서 버릇없는, 아무 걱정 없이 삶을 헤쳐 나가는 그런 여자애요. 그렇게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나요? 내가 어떤 잘못을 해도, 가족들이 오냐오냐해온 나를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는거죠! 하지만 제가 그렇게 살아온 척하는 것도 충분히 재밌어요. 앞으로 저를 항상 주디라고 불러주세요.


    뭐 하나 알고 싶으세요? 저한테는 아동용 손가락장갑 세 벌이 있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서 항상 저는 아동용 손모아장갑을 받았었는데, 손가락 다섯개 달린 진짜 아동용 손가락장갑은 가져본 적이 없거든요. 시간 날때마다 꺼내서 껴 보고 있어요. 수업에 끼고 가는 걸 참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에요.


    (저녁식사 종이에요. 안녕히 계세요.)




    금요일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저씨? 영어 교수님께서 제 마지막 과제물이 상당한 독창성을 보여준대요. 정말로, 그렇게 말하셨어요. 교수님 말씀이에요. 제가 받아온 18년의 훈련을 생각하면, 불가능해 보이잖아요, 안 그런가요? 존그리어 고아원(확실하게 알고, 진심으로 찬성하시는)의 목표는 92명의 고아들을 92쌍둥이로 만드는 거라구요.


    제가 나타내 보인 독창적인 예술 능력은 제가 나무 문에 분필로 리펫 원장님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에 개발되었죠.

    ...

    근데, 혹시나 제가 유년을 보낸 고아원에 대해 비판할 때 아저씨 기분이 상하시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하지만 아저씨는 갑이시잖아요, 제가 너무 주제넘게 굴면, 언제든지 수표을 끊어 버리시면 됩니다. 이건 예의있는 말은 아니었네요 -- 하지만 저에게서 큰 매너를 기대하시면 안돼요, 고아원은 숙녀 졸업 학교는 아니니깐요.


    있죠, 아저씨, 대학에서 힘든 건 공부가 아니에요. 노는 거에요. 여기 있는 시간 절반 이상 저는 다른 여자애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못 알아들어요; 애들의 농담은 저 빼고 모두의 과거와 연관이 된것 같거든요. 저는 이 세계의 외국인이라 언어를 이해할 수 없어요. 비참한 심정이죠. 제 인생에서 늘 겪어 온 거에요. 고등학교 때 여자애들은 무리지어서 저를 그냥 쳐다보곤 했어요. 저는 이상했고 달랐고 애들도 다 알았어요. 저는 '존그리어 고아원'이 제 얼굴에 써있는걸 말그대로 '느꼈어요'. 그중 몇몇 동정심 많은 애들이 대충 저한테 올만한 구실을 만든 다음에 공손하게 말을 걸었죠. 저는 반 애들이 전.부.다. 싫었는데 그중에서도 동정심 많은 애들이 제일 싫었어요.


    제가 시설에서 자랐다는 걸 여기에서는 아무도 몰라요. 샐리 맥브라이드에게만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셨고, 친절한 나이든 신사분이 저를 대학에 보내 주셨다고 말했는데 지금까지는 전부 다 사실이죠. 제가 겁쟁이라고 생각하시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다른 애들처럼 되어 보고 싶고, 제 어린시절을 뒤덮었던 그 끔찍한 시설이라는 유령은 거기에 있어서 아주 큰 차이점이란 말이에요. 만약 제가 그냥 뒤돌아서 그 기억을 닫아버릴 수만 있다면, 다른 어떤 여자애들처럼 저도 호감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거 의외에 어떤 근본적인 차이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아저씨는요?


    어쨌든, 샐리 맥브라이드는 절 좋아해요!




    항상 아저씨의,

    주디 애벗

    (전 저루샤)




    토요일 아침


    지금 이 편지를 계속 반복해서 읽어봤는데 되게 내용이 안 밝네요. 그래도 제가 월요일 아침까지 내야 하는 특별 주제가 있고 기하학 복습을 해야하고 재채기 엄청 나오는 감기에 걸렸다는 걸 대충 추측할 수 있으시겠죠?




    일요일


    제가 이 편지를 어제 부치는걸 깜박해서, 성난 추신을 덧붙이겠습니다. 오늘 아침에 설교자가 왔었는데요, 글쎄 뭐.라.고. 했는지 아시나요?!

    '성경이 우리에게 만든 가장 유익한 서약은 이것입니다, "가난한 자는 항상 너희의 곁에 있으리라." 그들은 우리를 동정심 있게 유지시켜 주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잘 읽어보세요, 무슨 쓸모있는 가축마냥 존재한다는 것이죠. 제가 이렇게 완벽한 숙녀로 자라지 못했다면, 연설이 끝난 후에 그 사람한테 가서 제가 생각한걸 다 말해버렸을텐데요.